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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 총정리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8. 1. 29. 00:29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우리가 고기 요리의 완성도를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항목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갈변이 잘 이루어졌는가, 육즙은 잘 보존되어 있는가, 육류 특유의 안좋은 냄새는 말끔히 제거 되었는가 등 수많은 기준 항목들이 존재할 겁니다. 그리고 그것들의 우선순위는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배열되겠지요. 하지만 아주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기가 얼마나 부드럽게 익혀졌나?' 하는 점입니다. 부드러운 속살을 가진 고기 요리는 정말로 생각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고기를 연하게 만드는 방법들을 모아서 총망라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 요리해설하는 남자와 함께 재미있는 요리 과학의 세계로 떠나 보실까요?







고기를 씹기 힘들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과 솔루션




1. 단단한 근섬유




a. 동물의 근섬유는 왜 단단해지는가?



       

우리가 식용하는 고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물의 근육은 생전의 운동량에 따라서 그 단단하기가 결정됩니다. 운동량이 많았을수록 근섬유가 발달하면서 굵어지고 단단해지죠. 우리가 항상 움직이며 체중을 지탱하는 다리와 쓸 일 없는 배에 붙어 있는 살들의 단단하기가 다른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물의 연령이 높아지면 근육은 조금씩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같은 부위의 고기로 요리하더라도 송아지와 어른소로부터 얻는 고기의 육질이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식용하고자 하는 동물의 고기가 씹었을 때 단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 부위의 운동량이 많았거나 그 부위를 제공한 동물의 연령이 높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b. 어떻게 단단한 근섬유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가? 




사진에서 고기의 결이 보이시나요? 고기의 가로 방향을 따라 선형을 이루고 있는 무늬말입니다. 이는 근섬유가 배열된 방향을 따라서 나타납니다. 

  




우리가 주로 고기 결의 반대방향으로 썬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고기의 결의 직각방향을 의미합니다. 사진처럼 고기 결의 직각방향이 되게 약간 비스듬한 사선형으로 썰어주는 것은 근섬유 다발의 결속력을 약하게 만들어 고기가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을 띄도록 만들어 줍니다.  



고기 덩어리를 모두 결의 직각방향, 사선형으로 썰어 준 모습입니다. 이 상태로 마리네이드 해주거나 소금 간을 해서 구워드시면 그냥 굽는 것보다 부드럽게 드실 수 있습니다.




고기를 얇게 썰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내길 원할 때는 고기 망치를 이용해서 두드려줍니다. 단단하게 결합된 근섬유들의 조직을 살짝 파괴하고 느슨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곤죽이 될 정도로 때리시면 기본적인 고기의 좋은 식감까지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구요.










베이킹 소다 용액을 사용하는 것도 근섬유를 연화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인데요. 사진은 물 1T 에 베이킹소다 1/3t 를 넣고 잘 섞어준 후에 고기에 묻혀준 모습입니다. 이렇게 10분 정도 두었다가 전분으로 농도를 내는 계열의 소스와 함께 사용하면 중화풍의 부드러운 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레시피는 America's Test Kitchen 라는 미국의 홈 쿡 전문 사이트에 무려 연회비 10만원 가량을 내면서 배운 것들 중 하나인데요. 이는 분량 관계로 다음에 자세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아시겠지만 파파야와 파인애플, 키위 그리고 배(아시안) 등의 과일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이 들어있죠. 단백질 분해효소는 고기근섬유를 분해해서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따라서 이들을 잘 갈아서 소스에 함께 사용하면 천연의 단맛과 함께 연한 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을 사용해 고기를 마리네이드 해줄 수도 있는데요. 다만 위 과일들을 이용해 너무 오랜 시간 마리네이드 하면 고기가 버섯처럼 흐물흐물해지므로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소금을 이용하는 염지 역시 단백질 분해효과를 가져 고기의 근섬유를 부드럽게 만드는데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고기의 수분보유력도 향상시켜주므로 촉촉한 식감을 만드는데도 일조하죠. 하지만 앞에서 아주 자세하게 다뤘던 내용이므로 여기서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2017/12/14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요리 과학] 염지의 원리 제1탄 습식 염지법(Wet brining)


2017/12/15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요리 과학] 염지의 원리 제2탄 건식 염지법(Dry brining)





2. 고기를 질기게 만드는 콜라겐



a. 근막과 힘줄 그리고 인대 등의 결합조직이 고기를 질기게 만드는 이유




사진의 고기 부위는 소고기의 윗등심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고기의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하얗고 굵은 띄가 보일겁니다. 많은 분들은 이것을 단순히 근간지방이라고만 생각하시죠. 하지만 구워서 드셔보면 지방치고는 굉장히 질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이것은 근육과 근육을 이어주는 결합조직이 그 사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흰 띄를 중심으로 그 위 아래에 붙어있는 근육의 결방향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근육들을 붙여주고 힘이 계속 전달되도록 해주는 것이 결합조직의 역할이거든요. 결합조직은 대부분이 콜라겐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근막과 힘줄 그리고 인대 등을 총칭합니다. 콜라겐은 삼중으로 꼬인 구조를 가져서 씹어도 씹어도 잘 끊어지지 않고 매우 질깁니다. 부연하자면 근섬유의 단단함과 콜라겐의 질김은 매우 다른 식감이죠. 어쨓든 결합조직이 다량 함유된 고기 부위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맞춤형의 조리법이나 특별한 부재료와 함께 조리되지 않으면 매우 질깁니다.



b. 결합조직이 다량 함유된 부위를 연하게 만드는 법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위 사진처럼 결합조직을 잘라내고 요리하는 겁니다. 소고기의 윗등심살은 등심이나 안심 등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부위입니다. 명칭에 등심이 들어가 있어서 비싸고 좋은 부위로 착각하시고 그냥 등심처럼 바로 구이에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구우면 육질이 꽤나 질길 수 있습니다. 윗등심살이라고 나와 있는 부위들은 거의 그 중간을 가로 지르는 결합조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진처럼 결합조직을 잘라내면 고기 총 중량의 1/4 이상이 날아가버립니다. 게다가 소고기의 풍미도 등심이나 다른 고급 부위들에 비해서 덜합니다. 이것이 윗등심살이 싸게 팔리는 이유이죠. 




두 번째 방법은 결합조직이 많은 부위를 찜이나 조림으로 만들어 먹는 것입니다. 콜라겐은 일반적으로 매우 질기지만 70~80℃ 이상의 온도에서 장시간 조리될 경우 젤라틴화되면서 부드러워집니다. 젤라틴은 콜라겐처럼 꼬인 구조가 아니며 특성상 자신 무게의 10배만큼 수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촉촉하고 연한 식감을 띄거든요. 찜이나 조림이 입에서 살살 녹는 이유입니다.







산과 알코올은 모두 콜라겐의 가수분해를 돕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이용해 마리네이드하거나 이들을 소스에 섞어 고기를 익히면 질긴 콜라겐의 식감을 부드럽게 만드는데 유용하죠. 하지만 이들은 콜라겐의 가수분해를 돕는 한편으로 근섬유를 응고시켜 단단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므로 이들을 이용해 지나치게 오랜 시간 마리네이드 하거나 너무 많은 양을 써서 소스를 만들면 오히려 고기의 질감이 단단해지고 퍼석해져버리는 불쌍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3. 고기를 익힐 때 육즙이 빠질수록 퍽퍽해진다.




앞서 수차례 설명드린대로 고기는 내부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근섬유가 수축되고 따라서 그 사이에 있던 수분이 갈 곳을 잃고 밖으로 배출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육즙을 많이 배출시킨 고기는 매우 퍽퍽해지죠. 요즘 나오는 최신 조리 이론서들은 고기의 겉면을 세게 익혀 육즙의 배출을 막는다는 이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따라서 육즙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익히지 않는 것과 익힌 후에 레스팅을 해주는 것, 이 두 가지가 됩니다. 사진에서처럼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 정도로 익혀주고 찜 등은 조리에 사용되는 물이 끓지 않는 상태(시머링, 물의 온도가 90℃ 정도)로 익혀주면 좀 더 촉촉한 식감의 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죠. 또한 고기를 익히고 나면 꼭 일정 시간 이상 레스팅해주어 육즙이 다시 골고루 분배되고 재흡수되도록 해주세요. 레스팅이 주로 스테이크 구울 때 등장하는 용어라 스테이크 조리시에만 사용되는 걸로 아시지만 고기를 가열하는 모든 요리에 적용될 수 있는 원리입니다. 이 역시 앞서서 자세하게 설명드렸던 부분이므로 해당 설명 글들을 링크해놓겠습니다.


2017/12/16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요리 과학]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 2탄 육즙의 보존


2017/12/19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요리 과학]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3탄 레스팅(Resting)









이렇게 이번엔 어떻게 하면 부드러운 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위에 언급한 방법 중에 콜라겐이 많은 고기부위를 골라서 찜요리 만들어 먹는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다른 구이와 같은 요리법들과는 달리 조리 과정에서 발암물질도 나오지 않고 지방도 쪽 빠져 있어 건강에도 매우 좋기 때문이죠. 그리고 가장 연한 고기요리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자 그럼 다들 보들보들한 속살의 맛나는 고기 요리들 만들어 드시고 저는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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