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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양파 똑똑하게 사용하기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8. 1. 25. 23:26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그동안 좀 바쁘게 지내느라 글쓰기가 뜸했는데요.  오늘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유용한 재료 한가지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양파인데요. 양파는 마늘과 파와 함께 한식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채소이죠. 아주 흔한 재료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런 양파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게 사용하시는 분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 양파에 대한 포스팅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양파의 기본 특성



양파는 마늘 그리고 파와 같은 식물과에 속하며 따라서 이들과 많은 유사한 특성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양파와 파 그리고 마늘은 같은 식물과(botanical family, allium)에 속하는 채소들로 모두 알싸한 향과 특유의 맵고 아린 맛을 특징적으로 가집니다. 양파는 수분이 전체 성분의 90%를 차지하며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칼슘, 인, 철, 황 등의 영양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특히 양파 속의 퀘르세틴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쌓이는 것을 막아주고 항산화작용과 항염작용을 해서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유명하죠. 또한 양파의 알리신 성분은 신경안정제로 작용해 불면증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을 준답니다. 그러고 보니 잠을 자기 전에 양파를 머리맡에 두고 자면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다는 속설이 신빙성이 없는 것이 아니었네요. 




양파는 겉보기와 달리 뿌리도 아니고 열매도 아닌 줄기부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겉부분부터 단맛이 나고 향긋한 과일과는 다르게 맵고 아린 향을 가지죠. 이는 자기보호의 수단인 셈입니다. 

  


우리가 주로 식용하는 양파는 언뜻 보기에 뿌리나 열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줄기부분에 해당합니다. 양파가 겉부분에 매운맛을 내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식물의 줄기가 동물들로부터 매력적인 먹이로 인식되어 쉽게 손상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죠. 씨앗을 품고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이 존재의 이유인 열매가 그 겉부분부터 단맛으로 무장해 여러 동물들을 유인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참고사항 본문에 써놓았듯이 양파는 그 성분의 대부분이 수분이므로 비닐 등에 넣어서 냉장 보관하시면 금방 상해버리죠. 따라서 양파를 구입하실 때 들어있던 망에 넣어 바람이 어느정도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양파 특유의 향과 맛이 생기는 원리



앞서 마늘과 양파는 같은 식물과에 속한다고 알려드렸었죠? 따라서 양파와 마늘은 많은 측면에서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마늘 다지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던 것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마늘이 물리적으로 파열될 때 그 내부의 각각 다른 부분에 위치해 있던 알리나아제와 알리인이 비로소 만나게 되어 마늘 특유의 향과 맛의 원인 물질인 알리신을 만들어 낸다고 말씀드렸던 것 말입니다. 양파 역시 마늘과 동일하게 알리나이제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양파가 물리적으로 파열될 때 양파 내부의 다른 부분에 위치해 있던 알리인과 만나고 알리신을 형성해 특유의 향과 맛을 냅니다. 양파 역시 자르기 전에는 냄새가 거의 없다는 것을 요리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다만 양파가 마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늘에 없는 LF 합성 효소가 우리가 양파를 손질할 때 눈물을 내게 하는 물질을 함께 만들어 낸다는 것이죠.


2017/12/15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요리 과학] 마늘에서 향이 나는 원리





양파를 용도에 맞게 적절하게 채써 방법



기본적으로 양파 역시 그 손질 원리는 동일합니다. 향과 맛을 진하게 하려면 물리적으로 파열되는 부분이 많게, 반대로 향과 맛을 적절한 수준으로 컨트롤 하려면 물리적으로 파열되는 부분이 적게 해주시면 되는 것입니다그럼 우리가 양파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 채썰기를 살펴볼까요? 일반적인 양파 채썰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결대로 채썰기와 결반대로 채썰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이 둘의 차이에 대해서 모르신 채로 혼용해서 사용해 오셨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부터 그 차이점과 용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결방향으로 채써는 모습입니다.




결방향대로 썰어낸 양파입니다. 채의 길이가 거의 일정합니다.




결반대방향으로 채써는 모습입니다.




결반대방향으로 썰어낸 양파입니다. 채의 길이가 모두 다릅니다.


 

첫 번째로 결방향으로 채 썬 양파는 결반대방향으로 채 썬 양파에 비해 물리적으로 파열되는 면적이 적습니다. 향과 맛이 조금 더 마일드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샐러드 같은 거의 생으로 드시는 요리에 쓰일 경우, 너무 과한 양파의 향과 맛이 꺼려진다면 결대로 썰어 사용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반대로 진한 양파의 맛과 향이 우러나야 하는 조리법이라면 결반대로 썰어주시면 되겠죠.

 

두 번째로 결방향으로 채 썬 양파는 결반대방향으로 채 썬 양파와는 달리 길이가 거의 동일합니다. 이것은 양파가 가열될 때 좀 더 고르게 익도록 해주죠. 따라서 양파를 오랫동안 가열해 카라멜라이즈하고 단 맛을 내주려 할 때 까맣게 탄 양파와 허여멀건 양파가 섞여 있는 상태를 막기 위해서는 양파를 결대로 잘라서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 번째로 결반대방향으로 채 썬 양파는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결대로 채 썬 양파보다 물리적으로 파열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구조적으로 좀 더 많이 허물어져 있는 것이죠. 따라서 가열 조리가 오래 진행될수록 많이 흐물흐물해집니다. 따라서 가열 조리 이후에도 아삭한 식감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양파를 원하신다면 양파를 결대로 써는 것이 좋겠습니다.  



 

 결대로 채 썬 양파

 결반대로 채 썬 양파

 향과 맛

 향이 온화하며 맛이 덜 맵고 덜 아리다.

 향이 강하며 특유의 아린 맛이 강하다.

 익힐 때

 채의 길이가 동일해서 고르게 익는다.

 채의 길이가 동일하지 않아 익힘의 정도가 고르지 않다.

 식감

 비교적 오래 가열해도 아삭한 식감이 유지되는 편이다.

 오래 가열할수록 흐물흐물해지기 쉽다.





오늘은 문뜩 제 친구 중 하나가 제 블로그 글들을 둘러보고는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그 친구 왈 "이런 팁들 말고 확실한 비법 같은 것 없냐? 필살의 비법 소스 만드는 법 같은 것 말이야? 그런 것 좀 가르쳐줘" 라고 하더군요. 요리에서 소스라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런 기본기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필살의 소스만 끼얹는다고 해서 훌륭한 요리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요리가 맛없는 이유는 소스의 문제라기보다는 요리에 들어가는 수많은 주재료와 부재료들이 모두 적절한 방법으로 손질되고 적정한 정도로 조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TV에 나오는 셰프들이 만드는 비율 그대로 양념을 만들어 요리를 했는데도 맛이 시원찮은 경우가 꽤 있죠. 고기는 육즙이 보존된 상태로 적당히 갈변되어 있고 각종 채소들은 그 특성에 맞게 알맞게 익혀져 식감과 향이 살아있으며 서로 조화롭게 사용되고 있다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본 불고기 소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맛을 낼 수 있습니다. TV쇼에 나오는 유명한 셰프들이 결국 기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죠. 따라서 앞으로도 저 요리 해설하는 남자는 요리의 기본이 될만한 정보를 가지고 가능하면 그것이 왜 그렇게 되는지 그 원리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려 합니다. 저 역시 배우는 입장에서 나름 인정받는 서적들을 읽고 공부해서 쓰는 것이니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도 아무쪼록 유용한 지식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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