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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과학]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 2탄 육즙의 보존 본문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 2탄 육즙의 보존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7. 12. 16. 19:34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이번에 준비한 주제는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두 번째 입니다. 첫 번째 비결이 "고온으로 겉면을 익혀 마이아르 반응을 끌어내라." 였다면 이번에는 고기 속을 익히는 것에 대해 설명드리려 합니다자 호기심 많은 여러분들 지금부터 저를 따라 고기 속을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1. 고기 내부의 온도와 육즙 손실량의 상관관계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입니다. 

겉은 고온으로 구워져 잘 갈변됐지만 속은 여전히 핑크빛이죠. 고기는 내부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육즙이 빠져나가 퍽퍽해집니다. 

따라서 촉촉한 속살의 스테이크는 보통 미디엄 레어에서 미디엄 정도의 굽기로 구워지죠.   



제가 마블링 편에서 알려드린 대로 고기는 가열되면 근섬유가 수축되면서 수분을 배출합니다. 너무 가열되면 아주 퍽퍽하게 변해버리죠. 따라서 고기를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드시려면 그 속을 적정한 온도로 익히시는게 좋습니다.



 


고기 내부의 온도 

 육즙 손실량

48 레어 등급

 2%

 54℃ 미디엄 레어 등급

 4%

 60℃ 미디엄 등급

 6%

65℃미디엄 웰던 등급

 12%

 71℃ 웰던 등급

 18%




위의 표(출처: THE FOOD LAB, J.KENJI LOPEZ-ALT, P.295) 에서 볼 수 있듯이 고기 내부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육즙 손실량은 증가합니다. 특히 65부터 육즙 손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게 보이시죠? 이것이 미디엄이나 미디엄 레어 등급의 스테이크가 선호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 표는 소고기의 경우를 예시한 것으로 다른 종류의 고기들은 각기 다른 수치를 가집니다. 하지만 고기 내부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육즙 손실량이 많아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따라서 고기를 촉촉하고 맛있게 드시려면 너무 바싹 익히지 않는 게 좋습니다.




2. 일반적인 고기들의 안전한 조리 온도



육즙 손실량을 줄이기 위해 무턱 대고 고기를 낮은 온도로 익히는 건 아주 커다란 문제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유해 세균들이 고기 내부에 그대로 살아 남아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 건강을 담보로 해선 안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니까요. 



고기의 종류 

 안전한 최소 온도

 닭

 75℃

 돼지

 65℃(3분 레스팅)

 소

 51℃(3분 레스팅)




고기별로 유해 세균이 완전히 사멸되는 내부 온도는 위와 같습니다. 괄호 안에 레스팅이라고 써진 것은 레스팅 동안에도 조리 시에 받았던 열에너지가 재료 내부에 남아 온도를 약간 증가시킬 수 있고 그것을 감안해 최종온도를 정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레스팅 후에 우리가 먹을 때쯤엔 표에 써진 온도보다 높은 온도가 된다는 것이죠. 결론은 "고기 속을 최소한 유해 세균이 사멸되는 온도가 넘도록 익히되 너무 바싹 익혀 필요 이상의 육즙을 잃게 만들지 마라." 입니다.






닭가슴살을 삶아 보았습니다. 고기 내부의 온도가 유해 세균이 사멸되는 75 넘겼지만 88로 너무 높아져 버렸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닭가슴살이 아주 퍽퍽한 식감을 가질 수 밖에 없죠.





참고 사항 왜 미디엄 레어 굽기가 가장 인기 있는 소고기 스테이크의 굽기인가?


 

동물의 근육은 주로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육 내에서 이 둘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열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죠. 먼저 미오신은 열감수성이 높아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변성되고 응고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부의 수분을 잃지만 한편으로 생고기의 질김을 대신하는 씹기에 더 적합한 상태가 되죠. 반면 액틴은 열감수성이 낮아 비교적 높은 온도까지 변성되지 않고 따라서 응고도 되지 않습니다. 수분을 고스란히 보유한 채로 날 것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죠. 그럼 이제 두 단백질의 변성과 응고를 각 굽기 별로 나누어 생각해 봅시다. 먼저 레어 단계에서 액틴과 미오신은 모두 변성되지 않은 채 날 것의 단백질로 존재하죠. 매우 촉촉한 상태이지만 한편으로 씹기에 질긴 감이 없지 않습니다. 미디엄 레어 상태가 되면 미오신은 변성을 시작하지만 액틴은 여전히 날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면서 씹기가 편한 상태와 육즙이 많은 상태가 혼재하죠.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스테이크 속살의 조건 말입니다. 이 후로 가열이 지속되면 이제는 액틴도 변성을 시작합니다. 마침내 웰던 굽기가 되면 액틴과 미오신이 모두 응고되어 수분을 잃고 말죠. 따라서 이 시점부터 스테이크는 너무 퍼석해집니다.


2017/12/16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 1탄: 마이아르 반응을 이용하라



  


사실 이글을 쓸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혹시나 어떤 분들이 제 글을 읽고 고기를 너무 안 익혀드셔서 탈이 나면 어쩌나하는 걱정때문이었죠. 역시 맛보다는 건강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필요이상으로 너무 익히지 마라는 것이지 덜 익혀 드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다들 맛있는 식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참고문헌: J.KENJI LOPEZ-ALT, THE FOOD LAB, W.W. Norton & Company(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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