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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과학] 녹색 채소를 데치는 법과 크림드 스피니치 본문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녹색 채소를 데치는 법과 크림드 스피니치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8. 2. 7. 17:21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제가 쓴 글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요. 가장 특징적인 것이 주제가 거의 육류를 익히는 법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더군요. 실제로 제가 육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관심이 그 쪽으로 쏠려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주제의 편중이 심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채소나 생선에 관한 정보도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시간엔 채소를 다루는 기본적인 스킬 중 하나인 데치기에 대해서 알려드리려구요. 사실 채소 데치기는 아주 기본적인 조리 방법이지만 어떤 원리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는 의외로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선명한 색감과 아삭한 식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채소를 데치는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러 갈까요?





   

녹색 채소를 삶거나 데칠 때 생기는 변화들



 

1. 식감의 변화



채소가 가열되면 세포벽이 허물어지고 내부에 있던 내용물이 흘러나오며 흐물흐물해집니다. 

게다가 세포와 세포를 접합시키는 역할의 펙틴까지 녹아나오면서 아삭한 식감은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채소가 가열되며 요리될 때 생기는 첫 번째 변화는 식감의 변화입니다. 채소의 세포가 열에 의해 파괴되면서 세포 내에 들어차 있던 구성물들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따라서 탱탱하고 아삭하던 식감은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채소의 숨이 죽는다라고 표현하는 부피 감소의 원인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구성물의 대부분은 수분입니다. 무수분 OOO이라고 표현되고 있는 많은 요리들은 이런 다량의 세포내 수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수분은 아닌 셈이죠. 또한 채소가 가열되어 온도가 82°C에 이르면 육류의 결합 조직과 같이 그 내부에서 세포와 세포 사이를 접합해주는 역할의 펙틴(Pectin)이 분해되어 물에 녹는 성질을 띄게 되는데요. 이렇게 펙틴이 녹아 나오면 각 세포 간의 결속력은 약화되어 채소의 식감이 더욱 부드러워집니다.



 

2. 색의 변화



녹색 채소를 데치지 않은 상태(좌)와 30초 동안 데친 후의 상태(우). 살짝 데친 후의 색이 오히려 선명해졌습니다. 

채소 내부의 가스들이 팽창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선명한 녹색의 결과물을 선호하신다면 아주 살짝만 데치세요.   



두 번째는 색의 변화입니다. 많은 채소의 싱그러운 녹색 빛깔은 채소 내의 엽록소(Chlorophyll)로부터 비롯되는데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녹색 채소를 삶거나 데치기 시작할 때 처음 잠깐 동안은 채소의 녹색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이것은 채소 내의 가스들이 열에 의해 팽창되어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엽록소의 색이 전달되는 경로를 더 이상 막지 않기 때문입니다.



채소가 계속해서 가열되면 엽록소에서 마그네슘 이온이 빠져나가면서 색이 바래집니다.  



하지만 채소가 계속 가열되면 엽록소가 마그네슘 이온을 잃으면서 선명한 녹색은 칙칙한 황록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산도(Acidity)에도 영향을 받는데요. 그것은 산성 물질이 내는 수소 이온이 엽록소 내의 마그네슘 이온을 대체하려는 성질을 갖기 때문입니다. 채소를 삶거나 데칠 때 아주 소량의 레몬즙이라도 첨가하면 색깔이 급격하게 황록색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죠. 관상용 식물에 물을 줄 때 수돗물을 바로 사용하지 말고 물 속의 염소가 날아갈 동안 기다려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녹색 채소를 삶거나 데치는 요령



 

1. 보다 선명한 녹색으로 삶거나 데치려면 물의 양을 많이 잡으세요.



익힐 채소의 양에 비해 많은 양의 물을 넣고 그 물이 끓을 때 채소를 넣어 줍시다.  


 

채소 내에는 엽록소를 분해하는 효소(Chlorophyllase)가 들어 있는데요. 이 효소가 활발하게 작용할수록 채소는 급격하게 녹색 빛깔을 잃어갑니다. 엽록소 분해효소의 최대활성온도는 77°C 이며 88°C 이상의 온도에서는 파괴되어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엽록소 분해효소의 효과를 최대한 차단하고 녹색 채소를 조금 더 선명한 녹색으로 삶거나 데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88°C 이상의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100°C 의 물을 사용하더라도 많은 양의 채소가 들어갈 때 물의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 물의 양이 충분히 많지 않다면 온도의 낙폭은 더 커지겠죠. 따라서 많은 양의 물은 채소를 넣은 후에도 물의 온도가 88°C 이상으로 유지되게 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게다가 채소의 내부에는 산성 물질이 있는데 채소가 데쳐지면서 이들이 밖으로 흘러나와 조리에 쓰이는 물을 산성화시키므로 가능하면 채소의 양에 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 데치거나 삶아 조리에 사용되는 물에 산성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삶거나 데칠 물에는 미리 소금을 넣으세요.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는대로 채소를 데치기 전에 소금을 넣어주면 맛과 색감 그리고 식감까지 모두 향상됩니다.



미리 소금을 넣어두면 첫 번째로 채소에 약간의 밑간을 해주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일정 농도의 소금물은 확산 현상을 방지해 채소 내의 소금이나 당분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는 채소가 조리된 후에도 그 맛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세 번째로 소금물은 채소의 색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3. 적정 시간 동안 삶거나 데치세요.



   오래 데치거나 삶을 수록 채소의 색이 바래지고 아삭한 식감은 사라지니 레시피에 맞게 그 정도를 잘 조절해 주세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채소는 높은 온도에서 오래 조리될수록 그 식감이 흐물흐물해지고 색은 흐릿해지기 때문에 요리사가 요리의 방법이나 시식자의 취향에 맞게 적정 시간을 조정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고 30초에 한번씩 채소의 일부를 건져내 얼음물에 식힌 후 직접 시식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4. 산성을 띄는 물이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마세요.



같은 녹색 채소의 잎을 산성과 중성의 물에서 각각 데쳐보겠습니다.




동일 시간 동안 레몬즙 2T를 첨가한 물에 데친 경우(좌)와 그냥 물에 데친 경우(우)의 비교



 

녹색 채소는 산성을 띄는 물 속에서 조리되면 급격하게 황록색으로 변하므로 선명한 녹색의 결과물을 원하시는 분은 가능하면 산성의 물이나 첨가물을 쓰지 말고 중성이나 알칼리성의 물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많이들 사용하시는 베이킹 소다 한 소끔은 이런 측면에서 효과적인 수단이죠. 하지만 베이킹소다는 육류의 연육에 쓰였던 것과 같이 채소의 식감을 좀 더 빠르게 흐느적거리게 만들고 약간의 비눗물 같은 맛을 더하기도 하므로 이를 고려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5. 원하는 정도로 삶거나 데친 후에는 즉시 식혀주세요.



녹색 채소를 삶은 후 빠르게 얼음물이나 흐르는 찬물에 식혀줍시다. 

원하는 정도의 색깔과 아삭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에요. 


 

아주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던 채소는 건져진 후에도 많은 잠열을 가지고 계속해서 익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원하는 정도보다 많이 오버쿠킹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소를 삶거나 데친 후에는 바로 건져서 얼음물에 넣거나 흐르는 찬물에 씻어주어서 필요 이상으로 익는 것을 방지해주셔야 합니다






크림드 스피니치 만드는 방법




1.재료






  • 데친 시금치 300g
  • 다진 양파 1/2개
  • 다진 마늘 1T
  • 넛맥 가루 1/2t
  • 버터 50g
  • 밀가루 2T
  • 생크림 200ml
  • 치킨스톡 100ml
  • 파마산 치즈 가루 
  • 소금, 후추



2. 조리 과정


팬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와 마늘을 볶아줍시다.




양파와 마늘이 향을 내고 양파가 투명해지면 밀가루를 넣어줍니다.




잘 저어서 루를 만들어주고 밀가루의 풋내가 없어질 정도가지 볶아줍시다.




육수와 생크림을 넣어 줍니다.




시금치를 넣고 졸여줍시다. 




농도가 나올 때까지 바닥에 눌어붙지않게 가끔씩 저어주면서 졸여주세요.




넛맥 가루를 넣어줍시다.




파마산 치즈를 갈아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해줍니다.




 오늘 저녁 식사는 크림드 스피니치와 소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글레이징한 당근이네요.





오늘은 이렇게 채소를 효과적으로 데치는 원리와 방법 그리고 사이드 매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사랑받고 있는 크림드 스피니치까지 만들어보았습니다. 사실 제 주위만 봐도 채소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요. 이렇게 방법을 알고 그에 맞춰 능숙하게 요리해낸다면 영양뿐만 아니라 맛까지도 훌륭한 채소 요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다들 싱그러운 채소 요리 곁들인 균형잡힌 식사하시기를 바라면서 저는 다음에 더욱 맛있는 주제로 찾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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