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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과학]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3탄 레스팅(Resting) 본문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3탄 레스팅(Resting)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7. 12. 19. 20:23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이번엔 우리가 스테이크를 요리할 때를 떠올려 보죠. 스테이크를 굽자 마자 뜨거운 열기가 온전히 붙어 있는 채로 덩어리 고기의 묵직한 육질을 느껴보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충동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의 인내심을 발휘해봅시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고 했죠? 10분 가량의 인내심은 매우 만족스러운 보상 하나를 얻게 해줄겁니다. 그것은 바로 아주 촉촉한 속살이죠. 그렇다면 지금부터 저 요리 해설하는 남자와 함께 기다림의 기술, 레스팅의 원리에 대해 한번 살펴보실까요?





1. 레스팅의 원리


고기가 팬 위에 올려져 가열됨에 따라 고기 속의 근섬유는 수축되죠. 그리고 이 때 근섬유 속에 있던 수분이 갈 곳을 잃고 밖으로 배출됩니다. 고기가 오래 가열되면 퍽퍽해지는 원인이죠. 그런데 이런 육즙 손실의 과정은 요리사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가역적입니다. 가역적이라는 표현은 특정 조건이 만족될 때 어떤 과정의 역과정이 순과정과 같은 양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뜻하는데요. 가열되며 수축되었던 근섬유를 식히며 이완시키면 손실되었던 육즙이 근섬유 속으로 재흡수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을 이용해 요리사는 '육즙이 입 안에서 터지는 스테이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죠. 레스팅은 스테이크 조리의 화룡점정인 셈입니다.


2. 레스팅과 육즙 보존에 관한 실험


레스팅에 관한 이론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많이 있죠. 저도 수많은 스테이크 조리서들을 뒤지다 보니 레스팅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위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죠. 레스팅 해준 고기와 안해준 고기가 과연 얼마 만큼의 육즙 보유량 차이를 내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직접 실험해보았습니다.




같은 부위, 비슷한 크기의 소고기 두 덩어리를 똑같은 팬 바로 옆 위치에서 정확히 미디엄 레어로 구웠습니다. 





같은 접시의 양쪽에 두 덩어리의 스테이크를 놓고 하나는 바로 자르고 

하나는 레스팅을 거친 후 잘라 흘러나오는 육즙의 양을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설명대로 왼쪽 스테이크를 가열을 끝내자 마자 레스팅없이 먼저 바로 잘랐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네요. 왼쪽 스테이크에서 흘러 나온 육즙이 대조군인 오른쪽 스테이크의 위치까지 넘어왔네요. 하는 수 없이 오른쪽 스테이크는 다른 접시에 옮겨 담고 이후에 다시 옮겨 육즙 손실 총량을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굽기까지 보일 수 있게 접시를 돌렸습니다. 

고기 속의 온도는 54℃, 미디엄레어이며 레스팅 1초도 안했을 때 최종적인 육즙배출량은 위와 같습니다. 





이번엔 10분 레스팅한 오른쪽 스테이크를 잘라보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똑같은 굽기의 미디엄레어 스테이크입니다. 칼로 자를 때 눌려 생긴 육즙 자국 외엔 깨끗한 편입니다.





시식하는 동안 잘려지고 눌리면서 육즙이 조금 나왔는데도 저 정도에 불과하군요.





마지막 한조각의 고기를 들어올려 시식하기 직전입니다. 밑에 흘러나온 육즙의 양을 보시죠.




3. 결론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고기, 특히 덩어리 고기를 구울 때 레스팅은 선택이 아닌 필인 것입니다. 이것은 구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찜이나 스튜잉, 브레이징까지 모든 가열하는 방식의 고기 요리는 고기의 근섬유를 수축시키죠. 따라서 수축된 근섬유를 다시 이완시켜 육즙을 재흡수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2017/12/16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 2탄: 육즙을 보존하라.



2017/12/16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 제 1탄: 마이아르 반응을 이용하라




사실 저도 레스팅을 조리 교과서에 나와 있으니까 당연히 해야하는 걸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지각 없이 반복적으로 레스팅을 해왔죠. 하지만 레스팅 안한 고기에서 육즙이 흘러 나와 접시를 한 바퀴 순회하는 것을 보고 생각보다 크게 충격을 받았네요. 사실 한국에서는 스테이크와 같이 덩어리 고기를 그대로 익혀 먹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가끔씩 집에서 분위기 내보고 싶을 때 스테이크 구워서 드시잖아요. 그 때는 레스팅을 꼭 하실 것을 추천드리며 오늘은 이만. 다음에 또 유용한 정보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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