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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리코타(Ricotta) 치즈 만드는 원리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7. 12. 20. 03:16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전 시간에 커들링 일어나지 않게 우유를 가열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죠. 그리고 그 원리를 이용해 부드러운 크림소스 파스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커들링을 활용해볼까요? 훌륭한 디저트들에 함께 쓰이는 고소한 리코타 치즈를 만들면서 말이죠.  



2017/12/18 -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 우유로 진한 크림 소스 파스타 만들기



1. 리코타 치즈란? 


리코타(Ricotta)는 이탈리아말로 '재가열된' 이라는 의미입니다. 전 시간에 이야기했듯이 우유가 가열되거나 산과 만나면 우유 속의 단백질이 응고되면서 분리되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나머지 부산물을 유청이라고 합니다. 리코타 치즈는 다른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을 한번 더 가열해 얻어낸 치즈인 것이죠. 이탈리아 라치오 지방에서 생산되는 양젖을 이용해 페코리노 로마노라는 유명한 이탈리안 치즈를 만든 후 남은 유청을 한번 더 가열해 얻어내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슈퍼마켓 우유를 사용해서 비교적 간단하게도 만들 수 있어서 오늘은 그 방법을 소개해 드리려고합니다. 


           

2. 리코타 치즈의 맛과 질감을 결정하는 요소




ㄱ. 리코타 치즈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우유


홈메이드 리코타는 우유를 이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지방 우유나 고온으로 멸균처리된(UHT, 130℃이상으로 멸균 처리된 우유로 라벨에 표시되어 있음.) 우유는 가열되어도 단백질의 응고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양의 커드(curd)가 생기지 않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ㄴ. 리코타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


리코타의 맛은 우유를 가열하면서 함께 넣어주는 산성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일반적인 식초일 것인데요. 보통 식초를 사용하면 가장 무난하고 깔끔한 맛의 리코타치즈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아무런 특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레몬즙을 사용할 경우에는 좀 더 톡쏘는 맛이 부각됩니다. 이 외에도 요즘 각광받고 있는 깔라만시 식초나 사과 식초, 파인애플 식초 등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을 입힐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홈메이드 리코타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제작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낼 요리에 맞춰 그 맛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요.



ㄷ. 리코타의 질감을 결정하는 요소 


우유를 가열해 커드를 만들어내고 나면 이를 유청과 분리시켜주기 위해 채에 거르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 과정을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따라 리코타 치즈의 커드 크기와 질감이 결정됩니다.



소요시간

 질감

 사용법

 5분

 작고 부드러운 커드들을 지니며 아주 촉촉하고 부드러운 상태

 따뜻할 때 소금,후추 올리브유와 함께 바로 먹거나 꿀 과일 등과 함께 디저트에 사용 가능  

 15~20분

여전히 작고 부드러운 커드들을 지니며 촉촉하고 잘 펴발라지는 상태

 촉촉함과 풍미를 이용해 라자냐에 넣거나 피자 토핑으로 혹은 팬케잌 반죽 등에도 사용 가능

 2~12시간

(냉장보관)

크고 건조하며 퍼석한 커드들을 지니며 정형적인 형태로 모양을 빚을 수 있는 상태

 리코타 치즈케잌이나 

리코타 뇨끼 등에 사용 가능


(표 출처: THE FOOD LAB, J.KENJI LOPEZ-ALT, P.152)




3. 리코타 치즈 만들기



ㄱ. 재료



  • 우유(whole milk) 1L, 리코타 치즈용으로 구입하신다면 130℃이상에서 멸균된 제품 UHT를 피하세요.
  • 레몬즙(취향껏 대체가능) 25ml, 가능하면 생레몬 짜서 쓰시는 게 좋습니다.
  • 식초(취향껏 대체가능) 25ml
  • 소금 1/2t


ㄴ. 조리 과정



우유에 소금을 넣고 중불보다 조금 더 센 불로 가열해줍시다. 

커들링이 일어나지 않게 할 때와 정반대로 이번엔 빠르게 온도를 올려줍니다.
혹시나 눌러붙을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스패튤라로 휘저어 줍시다.





85℃에서 불에서 내려줍시다. 레몬즙과 식초를 섞어 넣어준 후 
부드럽게 휘저어 커들링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게 해줍시다. 
그 후 10분 정도 그대로 두고 기다려 커들이 충분히 만들어지도록 합니다.




10분 후 커들이 충분히 생겼으면 면보를 받친 망에 걸러주시고 
커들이 충분하지 않으면 식초나 레몬즙을 조금 더 넣어 줍니다.




기다리면서 위의 표에 적힌대로 사용할 용도를 정하시고 해당시간만큼 채에 받쳐 기다립니다. 위 사진은 5분 후 모습입니다.




저는 리코타 뇨끼를 만들기 위해 냉장보관해 2시간이상 기다려보겠습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졌는지 너무 궁금해 10분 지난 시점에서 겉 부분을 살짝 긁어 먹어보았습니다.
왜 집에서 만드는지 알겠네요. 상큼한 레몬향과 고소한 치즈 맛이 잘 어울려 파는 리코타와는 비교도 안되게 맛있군요. 




2시간 후에 뇨끼를 만들기 위해 반죽용으로 덜어내 보았습니다. 

확실히 처음보다 많이 드라이해졌고 질감은 거칠어졌네요. 그냥 먹는다면 만든 직후에 먹는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전 뇨끼를 만들거라서...





사실 저도 과거에 리코타 치즈 만들기에 몇 번 실패했던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UHT(130℃이상에서 멸균처리된 우유) 제품을 사용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더군요. 여러분들은 꼭 표준 온도나 저온에서 멸균된 우유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레몬즙도 직접 짜서 쓰시는 게 더 좋습니다.  




이번에는 커들링을 이용해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알아보았습니다.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것을 최대한 끌어내거나 혹은 최대한 억제해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원리를 이해하는 것으로써 가능해지는 일들입니다. 현대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조르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는 Le Guide Culinaire에서 '요리는 예술이면서 과학이 될 것이다. 요리가 종래의 우연성에 근거해 발전하던 방식을 버리고 과학의 영역속으로 포섭될 것.'이라고 말했죠. 실제로 현재 세계를 이끌어가는 요리와 미식 문화는 기초 과학과 결합해 더욱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중입니다. 특히나 프랑스는 요리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초과학센터가 있고 레스토랑에선 화학자와 요리사가 같이 일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요리 장르가 분자요리입니다. 이제 한식도 경험적인 측면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정의되고 체계화되어 세계속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참고문헌: J.KENJI LOPEZ-ALT, THE FOOD LAB, W.W. Norton & Company(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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