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미식 세상

[요리 과학] 수비드(Sous vide)가 부드럽게 고기를 익히는 원리 본문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수비드(Sous vide)가 부드럽게 고기를 익히는 원리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7. 12. 20. 07:03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이번에는 가정에서 적용해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흥미롭고 유용한 요리 기술 하나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수비드법인데요. 수비드법을 이용하면 완전히 겉과 속이 동일한 굽기의 스테이크나 아삭하면서도 설익지 않은 느낌의 채소를 조리해 낼 수 있죠. 어떤 원리로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는지 지금부터 저 요리 해설하는 남자와 함께 한번 알아보실까요





1. 수비드란?




수비드(Sous vide)는 원래 프랑스 말로 '진공의 상태에 있는'이라는 의미이지만 현대의 주방에서는 진공의 비닐팩과 자동온도 조절장치를 활용한 특별한 조리법을 지칭할 때 쓰입니다. 수비드 방법은 요리 재료를 진공의 비닐팩으로 포장하고 자동온도 조절장치가 달린 수조에 넣어 일정한 온도로 비교적 장시간 익히는 것인데요. 우리가 수비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열에너지의 전달자로 물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수비드 수조 속에서 어떤 요리 재료의 내부 온도도 물의 온도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음을 뜻하죠. 따라서 요리사는 이 방법을 이용할 때 수조의 온도만 적정하게 세팅해두면 재료가 오버쿡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2. 수비드의 장점


ㄱ. 재료를 정확한 온도로 고르게 익혀낼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스토브에서 재료를 익히면 그림에서처럼 이상적인 목표 온도보다 너무 많이 익혀지는 부분이나 혹은 너무 적게 익혀지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료를 뒤집어 주거나 오븐에 넣어 일정한 온도로 가열해주는 것 등이 있습니다만 그 중 어떤 방법도 수비드만큼 재료를 고르게 익혀낼 수 없습니다.




 재료

 적정 온도

       소고기

 레어

 49~52℃

 미디엄레어

 52~57℃

 미디엄

 57~63℃

 미디엄웰던

 63~66℃

 웰던

 66~71℃

    돼지고기

 미디엄

63~66℃

 웰던

66~71℃

       닭고기

 가슴살

75℃

 다리살

75℃




육류나 어류 심지어 채소류까지도 적정 굽기와 그에 해당하는 온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재료를 그 온도에 맞춰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고르게 익혀내는 것은 경험 많은 프로요리사들에게나 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수비드를 사용하면 아무런 별도의 기술 없이 수조의 온도를 맞추는 것만으로 완벽한 조리를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ㄴ. 육류 속의 근육분해효소를 최고 효율로 이용할 수 있다.





고기의 근육 속에는 칼페인과 카뎁신이라는 근육분해효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근섬유나 근섬유 지지단백질 그리고 콜라겐 등이 분해되도록 합니다. 고기를 매우 연하게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들 역시 단백질이기 때문에 가열되면 변성되는데요. 40℃에서 칼페인이, 50℃에서 카뎁신이 열에 의해 각각 변성되어 근육분해효소로써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하지만 변성되기 전까지 온도가 상승할수록 이들의 단백질 분해 효율은 급증합니다. 예를 들어 변성온도가 50℃인 카뎁신은 49~50℃에서 최대의 단백질 분해효과를 갖는 것이죠. 그렇다면 수비드 수조의 물 온도를 이들의 최대활성온도 근처로 설정하고 장시간 익힌다면 어떨까요? 결과물은 매우 부드러워지겠죠? 이것이 수비드 고기 요리가 상상 이상으로 연하게 익혀지는 원리입니다. 




3. 수비드의 단점


그렇다고 수비드법이 완전무결한 조리법인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장비가 고가입니다. 적어도 진공포장장치와 내열 비닐, 그리고 자동온도조절장치가 필요하죠. 진공포장장치는 수조와 재료 사이에 공기라는 단열재가 끼어들어 수비드 효과를 상쇄시킬 가능성을 막고 재료에 마리네이드효과를 입힙니다. 또한 압력을 가해 재료 내부의 수분이 덜 유출되게 하죠. 내열 비닐은 각종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필수인 것이구요. 자동온도조절장치는 수비드의 핵심입니다. 제가 온도계만 가지고 수동으로 5시간 동안 물을 붓고 때로는 스토브의 불을 꺼가며 소고기 스테이크를 만들어 보았는데요. 당연히 매우 불편합니다. 이런 장비를 모두 구입하는 것은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죠. 

또 다른 단점은 최고설정온도가 다른 조리법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물의 끓는점이 고작 100℃이니까요. 이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구요? 고기 맛있게 굽는 비결을 설명드릴 때 마이아르 반응을 언급한 적이 있었죠? 수비드로는 마이아르 반응과 같은 비교적 고온의 상태에서만 이끌어낼 수 있는 유용한 효과들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점은 쉽게 극복될 수 있기도 합니다. 수비드를 시작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재료의 겉면만 고온으로 빠르게 가열해 마이아르나 카라멜라이징 반응 등을 이끌어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참고 사항  수비드로 채소를 익히면?


육류 이 외에 채소들을 수비드의 방법으로 익히면 어떻게 될까요? 역시 효과적일까요? 사실 비교적 연약한 조직으로 이루어진 채소에게 100℃의 끓는 물은 굉장히 폭력적인 환경입니다. 끓는 물에서 데쳐질 때 채소의 세포막은 급속도로 파괴되며 그 속의 내용물들은 흘러나와 유실되죠. 결국 조리 전에 탄력 넘치던 세포막은 모두 흐물흐물해져 더 이상 아삭한 식감을 내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비드는 채소의 내부 온도를 정확히 이상적인 정도까지만 오르게 하여 세포막의 파괴 없이 조리를 끝내게 할 수 있죠. 채소가 아삭함을 유지하지만 속은 익어 있는 상태를 생각해보세요. 아주 멋집니다.





지금까지 수비드의 원리들을 알아보았는데요. 사실 제 생각에 수비드는 정말 유용한 기술입니다. 특히나 요즘 각광받는 사물 인터넷과 결합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회사에서 일하던 김대리가 오늘 저녁에 스테이크가 먹고 싶습니다. 완벽하게 익혀진 스테이크가 말이죠. 점심때 쯤 스마트 폰으로 집에 있는 수비드 기계에 명령을 줍니다. 지금부터 퇴근 시간까지 스테이크를 정확히 56℃로 익혀놓으라고 말이죠. 그리고 집에 가서 그대로 익혀진 스테이크를 살짝 팬으로 가열해 갈변만 시켜주면 레스토랑 못지 않은 퀄리티의 스테이크를 먹게 되겠죠. 저온 조리법이 기반인데다가 물로 조리하기 때문에 오작동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없을 것이구요. 아마도 근 미래에 고급아파트 등에는 이런 lot 기반 수비드 설비가 빌트인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봅니다. 망상일까요? ㅎㅎ 아무튼 이번엔 수비드에 대해 알아보았네요. 그럼 전 다음시간에 더 유용한 정보로 돌아오겠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