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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갈비찜이 부드러워지는 원리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7. 12. 17. 08:29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어제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유명한 한식당에 갔었는데요. 그 곳 매뉴 중에 갈비찜이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갈비찜을 먹으면서 이번 시간의 주제를 떠올렸죠. '갈비찜이 부드러워지는 원리를 설명해보자.' 하고 말입니다. 사실 수없이 많은 갈비찜 잘 만드는 비법들이 인터넷 상에 떠돌아다니지만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힘들죠. 그래서 제가 이번 시간을 빌어 그 원리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고기의 기본적인 구성



고기는 기본적으로 수분과 근섬유, 결합조직, 그리고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섬유는 운동량에 따라 그 경도가 결정되는데 운동에 많이 쓰인 근섬유일수록 더 발달되어 단단하죠. 결합 조직은 근육들을 묶어주고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각종 막과 인대, 힘줄을 총칭합니다. 결합조직은 주로 콜라겐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은 굉장히 튼튼한 3중의 나선형 구조를 가지고 있죠. 이 때문에 결합조직은 잘 끊어지지 않고 특유의 탄력을 띕니다. 지방은 고기가 가열될 때 근섬유의 수축 온도보다 조금 낮은 온도에서 녹기 시작해 특유의 풍미를 주변에 전파하고 촉촉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2. 콜라겐의 젤라틴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콜라겐은 기본적으로 삼중 나선형으로 꼬여 있어 씹어도 잘 끊어지지 않고 질깁니다. 하지만 콜라겐이 70~80℃ 이상의 온도로 장시간 가열되면 견고하던 삼중 나선 구조가 풀리면서 젤라틴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젤라틴은 콜라겐과는 성질이 달라서 부드럽고 무엇보다도 수분을 자신 무게의 10배만큼 보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콜라겐의 젤라틴화가 많이 일어나면 고기는 매우 부드럽고 촉촉한 상태가 됩니다.




3. 찜의 원리와 고기의 선택


찜이나 삶기는 고기 내부의 결합조직 속 콜라겐이 젤라틴화되는 과정을 최대한 이용하는 조리법입니다. 고기 속에 있는 대부분의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하는 시점이 되면 고기는 그야말로 입안에서 살살녹는 상태가 되거든요. 그런데 이런 현상을 이용하려면 일단 고기 속에 콜라겐이 많아야 겠지요? 소고기의 안심같은 콜라겐이 거의 없는 부위를 오래 찌거나 삶아 버리면 고기가 부드러워지기는 커녕 내부의 수분만 다 빠져나가 오히려 퍽퍽해져 버립니다. 비싼 소고기 안심을 길바닥에 버리는 셈인거죠. 따라서 찜요리를 하려고 마음 먹는다면 콜라겐 함량이 풍부한 결합조직이나 뼈가 붙어있는 부위들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위로는 소고기의 Chuck(목살)이 있습니다. 소의 무게를 지탱하는 부위이면서 다리와 몸을 이어주는 부위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결합조직의 양이 많고 소고기의 풍미가 진하게 우러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인 갈비찜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Short rib(갈비) 물론 찜하기에 좋은 부위이죠.




4. 고기의 육즙 손실은 최소화하고 콜라겐의 젤라틴화는 최대화 하라.



앞서 수차례 설명한 바와 같이 고기의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근섬유가 수축되어 수분이 배출됩니다. 그리고 고기는 퍼석해지죠. 따라서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기를 얻으려면 내부의 온도를 지나치게 올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려면 고기 내부의 온도를 70~80℃ 이상으로 올려야 하죠.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요리사는 이 두 가지 목표의 절충점을 찾아야 합니다. 절충점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일링(100의 물로 재료를 익히는 것)이 아닌 시머링(85~92사이의 물로 재료를 익히는것)을 사용해 고기를 익히고 그 동안 고기가 물에 잠겨 있게 만들어 배출한 수분을 최대한 재흡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5. 갈비찜을 만들어 봅시다.


이론은 여기까지만 하고 실제로 부드러운 갈비찜을 만들어 봅시다. 


  • 소갈비 500g
  • 간장 4T
  • 설탕 2T
  • 매실청 2T
  • 배즙 2T
  • 맛술 2T
  • 참기름 1T
  • 파(흰대) 2개
  • 마늘8쪽
  • 생강 10g
  • 통후추 15알
  • 양파 1/2개
  • 건표고 한줌
  • 다시마 육수 1L
  • 무 200g
  • 애호박 1/3
  • 당근 1/3개



우선 갈비를 2~3시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준 후 잘씻어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양념장을 섞어 만들고 당근과 애호박은 끝을 둥글게 깎아줍니다. 




 물 1.2L에 카레가루 1T를 넣고 끓인 후 갈비를 10분간 데쳐줘요. 
이렇게 하면 잡내도 잡을 수 있고 감칠맛도 생깁니다. 데친 후 찬물에 행궈주세요. 




애호박과 당근을 제외하고 나머지 재료들과 양념장을 넣은 후 

갈비가 잠길 정도까지 다시마 육수를 붓고 한 번 끓여 줍시다.




 

끓어오르면서 거품과 불순물이 올라오면 말끔히 걷어주고 
불을 약불로 줄여 공기 방울이 가끔씩 올라오는 정도의 물 온도로 시머링 해주면서 익혀요.




일반적으로 3~4시간 정도면 거의 모든 콜라겐이 젤라틴화됩니다. 
완성되기 30분 전에 애호박과 당근을 넣어 익혀줍니다. 




국물이 잘 졸여지고 고기와 당근,그리고 애호박이 잘 익었으면 불을 끄고 잠시 그대로 레스팅해줍시다.
스테이크뿐 아니라 찜과 같은 요리도 레스팅 해주면 수분이 근섬유 사이로 재흡수되어 촉촉해지니까요. 나머지 재료들은 
걸러내 버려주시고 고기와 당근 애호박으로 플레이팅 합니다. 지단이나 다른 고명이 있으면 올려주구요. 




지금까지 갈비찜 부드럽게 만드는 법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제 정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어느덧 아쉬운 일요일 아침이 밝았군요. 남은 주말 하루 푹 쉬시고 내일부터 다시 화이팅하시기를 바랍니다. 전 또 다른 유용한 정보를 찾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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