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미식 세상

[식재료 이야기] 소고기의 마블링(Marbling)과 등급결정 본문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식재료 이야기] 소고기의 마블링(Marbling)과 등급결정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7. 12. 16. 01:58



안녕하세요 요리 해설하는 남자입니다. 우리가 소고기의 등급과 질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하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소고기를 고를 때 가장 신중하게 살피는 마블링의 분포. 대체 마블링의 정체가 무엇이실래 사람들은 그토록 마블링에 열광하는 것일가요? 지금부터 저 요리 해설하는 남자와 함께 마블링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1. 마블링이란?




마블링은 근섬유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것이 마블링이 미식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할수 있 이유인거죠. 




마블링은 붉은 고기에서 나타나는 근내 지방으로 단면으로 잘라서 보았을 때 그 무늬가 대리석(marble)의 문양과 비슷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근내 지방이라는 것은 근섬유 사이에 위치한 지방을 의미하며 이는 근육 조직 사이에 위치한 근간 지방과는 구분됩니다.



2. 마블링의 기능




젖은 수건을 짜면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듯이 
고기가 가열되어 근섬유가 수축되면 근섬유 가닥 사이에 있던 수분들이 갈 곳을 잃고 밖으로 배출되죠. 



사람들이 미식적인 관점에서 마블링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마블링이 일반적인 지방들과 달리 근섬유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고기가 가열될 때 근육 내에 위치한 근섬유는 수축되구요 근섬유가 수축되면 그 사이에 비교적 자유롭게 위치해 있던 수분들이 밖으로 배출됩니다. 빨래를 잡고 힘껏 비틀 때 수분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과 비슷한 원리죠. 그리고 이렇게 수분이 배출되면 고기의 식감은 퍽퍽해집니다.



고기 내부에 윤활유처럼 자리잡고 있는 지방질들이 보이시나요? 마블링이 녹은 것입니다. 

마블링은 육즙과 더불어 고기의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증가시키고 특유의 풍미를 내죠.  




마블링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녹아 나올 수 있는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고기가 익으며 근섬유가 수축되기 전에 불포화지방산은 녹기 시작하죠. 그리고 이들이 근섬유 사이로 퍼져나가며 유출되는 수분을 대신해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촉촉한 식감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근섬유의 수축으로 유발된 수분의 부재를 보완하는거죠. 물론 마블링도 고기의 내부 온도가 너무 높이 올라가면 녹아서 완전히 밖으로 빠져 나오므로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지나치게 익히는 건 좋지 않습니다. 마블링이 많다는 이유로 비싸게 구입한 소고기를 마블링이 다 녹아 나가도록 바싹 익히는 건 어리석은 일이겠죠? 또한 마블링은 소고기 특유의 풍미를 주위에 전파해 밋밋한 단백질 덩어리들을 소고기 답게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한답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마블링은 분명히 기능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구실들을 하고 있죠.



3.마블링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




마블링 외에도 소고기의 육질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요소들은 많습니다. 
에이징이 잘된 소고기는 정말로 부드럽고 감칠맛이 넘치죠.



근래에 축산업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를 높은 등급의 고기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가?"하는 질문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 = 고급소고기' 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왜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한국 또는 미국의 소고기 등급 판정은 소의 생물학적 연령과 고기의 질감, 단단하기, 색 등의 요소와 더불어 마블링의 질과 양을 반영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마블링의 질과 양에 부여되는 가중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죠. 이에 따라 소고기의 질을 결정하는 다른 긍정적인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축산 농가들은 오직 마블링을 많이 만들어 넣기 위한 기형적인 사육 방식과 사료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등으로 나누어지는 마블링 중심의 소고기 등급 판정기준은 1920년대에 등장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러한 등급 판정 기준이 정말 객관적인가를 판별하기 위해 심도있는 실험들이 진행되었죠. 그리고 실험들은 마블링의 역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고 따라서 그 가치가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놓습니다. 요리사가 마블링이 훌륭한 소고기 요리에서 10만큼의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었다면 실제로는 이 기대치의 30%, 즉 3정도의 효과를 가질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루어진 여러 연구의 사례들은 마블링의 질과 양보다 에이징의 정도나 소가 도축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케어하는 법 등이 소고기의 육질을 결정하는데 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죠.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 사례들에 근거해 종래의 기준에서 마블링의 가중치를 낮추고 좀 더 균형잡힌 새 기준을 세워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블링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마블링은 적어도 미식이라는 관점에서 만큼은 긍정적인 기능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효용에 비해 과대 평가된 측면도 있군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