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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과학] 감칠맛(Umami)이 생기는 원리 본문

요리 해설하는 남자가 알려주는 유용한 요리 기술

[요리 과학] 감칠맛(Umami)이 생기는 원리

요리 해설하는 남자 2017. 12. 15. 07:03



요리에 어느 정도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 5가지 맛. 단맛, 짠맛, 신맛,쓴맛, 그리고 감칠맛. 오늘은 이 다섯가지 맛들 중에 막내 격으로 아직도 그 정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감칠맛에 대해서 상세히 알아봅시다. 많은 분들이 감칠맛하면 미X이나 다시X 같은 인공 조미료들을 떠올리시죠? 그 중에 어떤 분들은 인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해당 조미료 사용을 꺼리시기도 할 겁니다. 사실 MSG가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요. 그래서 준비한 이번 주제는 인공조미료 없이 감칠맛 내기입니다. 마지막엔 간단한 레시피도 하나 준비했으니 기대해주세요.


1. 감칠맛의 발견



감칠맛이 독립적인 하나의 미각으로 인지되고 정의된 것은 1908년입니다. 일본 동경대의 물리화학자 키쿠네 이케다가 다시마에서 글루탐산을 추출해냈고 그로부터 기존의 4가지 미각으로는 판별할 수 없는 새로운 맛의 존재를 지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우마미'라고 명명했죠. 하지만 감칠맛이 당시의 요리사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미각은 아니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발견의 순간 이전에도 이미 많은 요리사들이 'meaty'와 같은 단어를 써서 감칠맛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명확한 개념 정립을 기점으로 감칠맛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들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감칠맛을 과학의 영역으로 이끈 것이죠. 그리고 근래에는 우리의 혀에 감칠맛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있다는 것까지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2. 감칠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감칠맛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으로부터 지각됩니다. 글루탐산이 포함된 음식물이 입안에 들어가 혀의 맛 수용체에 닿으면 그것이 뇌로 전달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이노신산이나 구아닐산 같은 핵산 계열 물질들이 글루탐산이 내는 감칠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핵산들이 혀의 맛 수용체를 자극해 감칠맛 감수성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죠.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구요? 딱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요리할 때 이노신산이나 구아닐산이 함유된 재료와 글루탐산이 함유된 재료를 함께 사용하면 감칠맛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상적인 비율은 1:1로 이 때 감칠맛은 최대 8배까지 증가한다고 하니 소위 '감칠맛 폭탄'이라 불릴만 하겠죠? 글루탐산만 가진 재료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테구요. 아래의 표에 글루탐산과 이노신산 그리고 구아닐산(핵산으로 통칭)이 많은 음식을 각각 소개해 놓습니다. 이제부터 요리를 하실 때 표에서 어울리는 재료들을 골라 함께 사용해 보세요. 인공조미료 없이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양의 감칠맛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글루탐산 함량이 높은 재료

 핵산 함량이 높은 재료

다시마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

파마산 치즈

 앤초비

간장

 

굴소스

 돼지

토마토

 참치

마늘

 건표고

양파

 소고기


3. 감칠맛 살리는 소고기 목살 찜


위의 표를 보시면 글루탐산이 많은 재료에 다시마, 간장, 마늘, 양파가 이노신산과 구아닐산(핵산으로 통칭)이 많은재료에 건표고와 소고기가 각각 보이시죠? 그렇다면 이 조합들을 이용해 요리를 하나 만들어봅시다. 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 소고기 목살 400g
  • (흰) 2대
  • 마늘 8쪽
  • 양파 1/2개
  • 간장 4T
  • 설탕 2T
  • 매실청 2T
  • 배즙 2T
  • 맛술 2T
  • 참기름 1T
  • 통후추 15알
  • 건표고 한줌
  • 다시마(3×3cm) 5장
  • 건고추 1




우선 감칠맛 넘치는 다시마-표고 육수를 만듭시다. 

미지근하게 데운 물 1.2L에 다시마와 표고를 넣고 20분 두었다가

건져줍시다. 표고는 다시 찜요리에 넣어 줍시다.





소고기 목살은 콜라겐 함량이 많아 찜요리에 가장 적합한 부위중 하나입니다. 

찜 매커니즘의 핵심이 콜라겐을 젤라틴화하는 것이라서요.




   

이렇게 시어링부터 해줍니다. 고온에서 겉면을 모두 짙은 갈색을 띄게 익혀주는겁니다.
한식에서는 찜요리 등을 할 때 쓰지 않는 방법인데 
왜 이렇게 하는지는 나중에 마이아르 반응을 설명할 때 말씀드리죠.




시어링한 소고기를 나머지 재료들과 함께 냄비에 넣고 

표고-다시마 육수를 고기가 살짝 잠길 때까지 붓습니다.

처음에 센 불로 한 번 끓였다가 약불로 줄여 거품이 살짝 살짝 올라오는 상태로

(온도로는 85~92℃ 사이, 시머링이라고 합니다.)

고기 속의 콜라겐이 완전히 젤라틴이 될 때까지 3시간 정도 익혀줍시다.

참고로 콜라겐은 매우 질긴 3중 나선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풀어져 젤라틴화 되면 

부드러워지는 것과 동시에 수분보유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납니다. 고기 찜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는 이유죠. 





원래는 다 졸이고 나서도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너무 긴 시간 텀이 있다보니 깜빡해버렸네요.

이것은 완성된 모습입니다. 한식 간장소스가 잘 벤 촉촉하고 부드러운 소고기 목살찜입니다.





인공조미료 없이 감칠맛 내는 방법 어렵지 않지요? 오늘 티스토리 가입한 기념으로 글을 세 개나 올렸군요. 덕분에 굉장히 피곤하구요 ㅎㅎ 다들 맛난거 많이 드시고 저는 다음에 또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다시 찾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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